2008년의 금융위기가 대공황만큼 심각한 붕괴를 초래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는 부유한 국가들의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허용하지 않았고 1930년대에 전 세계를 대혼란의 나락에 빠뜨렸던 은행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유동성 공급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1929년 주가 대폭락 이후 거의 모든 곳에서 횡행한 "청산주의자"의 통설과는 상반된 이러한 실용주의적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도록 해주었다.(1929년 후버 미 대통령은 휘청거리는 기업은 청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그렇게 청산이 진행되었다.) 이번 금융위기에 대응했던 실용주의적 개입 정책은 또한 중앙은행이 가만히 앉아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인플레이션만 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전 세계에 상기시켜주었다. 총체적인 금융공황 상태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급 자금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로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사실상 이 두 기관은 비상시에 경제 및 사회체제의 총체적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물론 이 말은 중앙은행이 전 세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택된 실용주의적 정책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정책은 사실 극심한 금융 투명성의 부족과 불평등의 심화를 포함해,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영속성 있는 대응책을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는 21세기의 세계화된 세습자본주의 최초의 위기다. 그리고 마지막 위기도 아닐 것이다. -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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