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는 자본이 소수의 손에 집중될 경우 기업가 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자산이 소수에게 집중될수록 자산 보유자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창조적인 생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금리생활자(rentier)’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세습자본주의에 경고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과거가 미래를 집어 삼킨다"는 것입니다. 상속 및 증여 등으로 부가 계속 집중되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 자본소득이 지배 계층의 생산과 재생산의 기반을 형성하게 되면, 경제의 생산 동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거예요.
피케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히려 자본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80퍼센트에 이르는 높은 최고세율을 제안하는 논리적 근거 하나는 미국 소득 상위 10퍼센트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U자형’을 그려왔기 때문입니다. 상위 10퍼센트의 소득 비중은 1920년대까지 높아지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낮아졌죠. 1950, 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1970년대 이후 다시 높아졌습니다. 피케티는 신자유주의 기조 확산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아지면서 상위 계층의 소득 집중도가 더욱 커졌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90퍼센트까지 올라갔을 때 최고경영자는 높은 연봉을 받아도 대부분 세금으로 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세율이 높으면 보수를 높일 유인이 적습니다. 반면에 최고세율이 낮아질수록 최고경영자가 협상력을 키워 보수를 높일 유인이 생긴다는 겁니다. 이처럼 최고세율과 상위 10퍼센트 소득 계층의 소득 점유율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피케티의 주장입니다.
그는 최고세율이 낮아질수록 상위 소득 계층으로 소득이 더 집중된다고 봐요. 따라서 상위 10퍼센트, 1퍼센트, 0.1퍼센트에게 소득이 집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최고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거죠.
그가 말하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의 목적은 세수 증대가 아니라, 상위 소득 계층의 소득 증가를 억제해서 분배 상태를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