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섣불리 맞닥뜨려서는 안 된다고 알려진 크고 작은 금기들이 존재하는데 그중에는 요리사의 손톱, 작가의 맨얼굴, 옛사랑의 현재 모습 같은 것들도 있다. 물론 그것은 주방장의 청결 의식이나 작가의 인간성, 옛사랑의 속물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연희는 그것이 환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토록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의 손길에 대해, 그토록 재미있고 지당하신 말씀을 늘어놓는 작가의 인격에 대해, 안타깝게 박탈당한 애착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옛사랑에 대해, 그 대상의 실체나 본질과 무관하게 우리가 일방적으로 품고 있는 환상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라고 짐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