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라의 고발장

드레퓌스가 결백함을 나는 맹세코 주장합니다. 나의 생애와 명예를 걸고 확언합니다. 이 엄숙한 순간, 이 법정 앞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당신들과 배심원 여러분 앞에서, 프랑스 앞에서, 드레퓌스의 결백을 나는 주장하는 바입니다. 나의 작가 생활 40년과 필생의 작업으로 획득한 모든 것을 걸고서 나는 드레퓌스의 결백을 선언합니다. 내가 얻은 것, 내가 이룩한 명성, 또한 프랑스 문학의 성장에 기여한 나의 공적, 이 모든 것을 걸고서 나는 드레퓌스가 결백함을 맹세합니다. 만일 드레퓌스가 결백하지 않다면, 신이여! 이 모든 것이 파멸하고 나의 모든 작품이 잊히도록 하소서! 드레퓌스는 결백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이토록 확신에 찬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죄 없이 갇힌 한 수인을 위해, 그 결백을 위해 자신의 모든 명성을 걸고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은 정녕 행복한 일이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는 명예, 명성을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전 생애를 바쳐 쌓은 명예와 명성이 마치 이 한 사건을 위하여, 이 한 사람을 위하여 존재했던 것처럼 말했던 그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합니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이 지하에 묻히면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입니다. 우리는 이내 알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가장 먼 곳까지 재앙을 미치게 할 지뢰를 매설했는지 아닌지를…….

졸라의 이 글 하나로 이미 모든 진실은 선언되었다. 이 글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모든 허위를 날려 보내버렸다. 이 글이 내포하고 있는 무서운 힘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졸라의 고발장을 환영하는 3만 통의 편지와 전보가 쏟아져 나왔다. 3만 통의 서한에는 한결같이 프랑스에서의 이성의 퇴조를 비판하는 분노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런 비분강개는 역설적으로 졸라의 존재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었다. 졸라의 존재와 그의 웅변은 대혁명의 나라를 그리 성급하게 포기할 수 없음을 전 세계에 환기시켰다. 마크 트웨인은 〈뉴욕헤럴드〉지에 이렇게 썼다. ‘나는 졸라를 향한 깊은 존경과 가없는 찬사에 사무쳐 있다. 군인과 성직자 같은 위선자 아첨꾼들은 한 해에도 100만 명씩 태어난다. 그러나 잔 다르크나 졸라 같은 인물이 태어나는 데는 5세기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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