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금본위제의 단점 역시 장점으로 작용하는 특징들에서 기인한다. 케인스가 지적했듯 금의 공급은 국제 경제의 성장률과 유효한 연관성이 없다. 이 말은 금이 많이 생산되면 물가가 오르고, 금의 공급이 나머지 경제 부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처칠은 후자가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앞에서 살펴본 바 있듯, 고정 환율의 경직성 또한 단점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금본위제를 매개로 서로 묶여 있으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써야 할 때가 많다. 바로 이것이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에 영국을 무너뜨린 요소였다. 다른 나라들도 이와 유사한 실수를 함에 따라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이로 인해 대공황의 골은 더 넓고 더 깊어졌다. 바로 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이 엉망진창이 된 국제 통화 체계가 ‘히틀러, 대공황, 2차 대전을 초래했다’는 엄청난 선언을 한 것이다.9
로버트 먼델이 이상한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밀턴 프리드먼도 통화 공급을 극심하게 줄인 정책 때문에─자기가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경제적 혼란이었던─1929년 주식 시장 붕괴가 엄청난 경제 대재앙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꾸준히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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