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 부부는 1920~1930년대 미국 사교계의
상징이라 할 만큼 화려한 생을 즐겼기에, 빚 역시 상당했다. 이 때문에 고료를 많이 주는 단편소설을 닥치는 대로 써야 했고(그렇기에 그의 소설에는 오자가 많다), 인생 후반부에는 오직 돈벌이를 위해 할리우드로 넘어가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다. 아, 그렇다고 할리우드에서는 한곳에 정착했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그 안에서도 세 번에 걸쳐 이사를 했다. 그가 가장 먼저 머문 곳은 할리우드에서 약 두 시간 거리인 고급 주거지 말리부였다. 야자수가 도로변에 줄지어 있고, 신이 지구 위에 백설탕을 뿌려놓은 듯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신의 예술 작품에 격을 맞춰야 한다는 듯 인간들이 최대한 우아하게 지은 대저택들로 가득한 해변 말이다. 하지만 위대한 문학가들이 그러하듯 그 역시 지병인 폐결핵을 앓고 있었는데, 물감을 뿌려놓은 듯 푸르게 빛나는 말리부의 바닷물을 두고 ‘습기 가득한 바람이 폐로 들어온다’며 이곳 역시 떠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