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물결이 일어나지 않은 정치투쟁, 그것은 개인의 희생일 뿐이었다. 동생과 그의 동료들은 그 점을 놓치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경솔일지 몰랐다. 그들은 그것을 알면서도 나섰을 수도 있었다. 자기들이 먼저 싸움에 나서서 대중을 자극하고 불러일으키려는 계책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외친 ‘역사가 이 법정을 심판할 것이다’라는 구호는 허망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심장했다. 역사……, 그것은 얼마나 모호하고 막연한 것인가. 현실에서 볼 때 모양도 형체도 없는 것이 역사였다. 또, 역사의 힘이 있다한들 그 힘이 발휘될 때는 오늘의 현실은 이미 과거가 된 다음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역사의 힘을 믿고 독재의 폭력 앞에 몸을 내던진 것이다. 그건 오늘 당하는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결의가 없이는 못할 일이었다.

검사……, 그것은 사실 박 정권을 지켜온 또 하나의 주구 집단인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검사라는 권력행위자들의 경우에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심하게 공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법 집행이었다. 물론 그것은 검사들만이 아니라 판사들까지 합세해서 자행된 사건이었다. 그들 여덟 명에게 검사들은 사형을 구형했고, 그에 따라 판사들은 사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그들은 사형 집행으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