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이

코로나19 위기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위기의 주요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후변화입니다.

기후변화로 생긴 모든 결과가 팬데믹을 만든 겁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물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입니다. 우리는 물로 가득 찬 행성에 살고 있어요. 생태계는 구름으로 순환하는 물과 눈, 비에 의존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물순환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구가 1도씩 뜨거워질 때마다 대기는 7퍼센트씩 더 많은 강수량을 빨아들입니다. 열은 구름이 지표에서 강수를 더 빨리 취하도록 몰아칩니다. 그래서 통제가 어려운 물난리를 겪는 겁니다. 그 거칠고 극단적인 현상 속에 가뭄과 산불도 일어납니다. 미국은 작년에 캘리포니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이 산불에 휩싸였어요. 호주는 그 두 배였고요.

한국이 캘리포니아의 3분의 1 크기이니 우리 영토만큼 불에 타버렸고, 호주는 한반도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규모입니다.

생태계가 변화하는 물순환을 따라잡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예요.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전체의 14퍼센트 정도였어요. 지금은 7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야생은 23퍼센트만 남았어요.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셋째,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 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어요.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세계은행 등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지구의 공중 보건이 위기임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산다면 바이러스가 붙어 있는 야생동물을 사는 거죠.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체가 된 것인데, 미개한 문화가 바이러스를 끌어들였다는 혐오가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군요.

앞으로 더 많은 감염병이 창궐할 겁니다. 이제는 팬데믹이 올 때마다 1년 반 정도 봉쇄될 것을 예상해야 해요. 초기 단계에서 봉쇄를 해도 약 6개월 뒤에는 두 번째 파고가 찾아옵니다. 초반에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 두 번째 파고는 훨씬 심각합니다. 그다음에 백신이나 항체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지요.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까지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경제를 새로 조직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 그리고 통치 방식까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스나 메르스, 에볼라는 세계 경제를 멈추는 단계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왜 다를까요?


이는 세계화에 답이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국가적인 시장이라는 개념을 심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세계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과 같은 중개 조직들이 이때 나타났지요. 이 인프라는 적시 생산 방식JIT으로 재고를 남기지 않습니다. 탄력성보다는 오로지 효율성에만 의존하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는 단기 이익만 추구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분기별 보고서로 이익 현황을 보여줘야 하죠. 이익을 못 내면 주주의 주식이 평가절하되니 경영자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분기마다 수익을 내려면 장기 투자, 장기 계획,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중복 장치를 구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팬데믹이 오면 전체가 타격받고 세계화된 인프라가 붕괴합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순간 전 세계 인프라가 무너졌습니다. 마스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공호흡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의 음식을 실은 배는요? 

화석연료 기반 글로벌 기업

시효는 얼마 남지 않았다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세 가지 결정적인 기술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에너지 원천, 물류 이동성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 3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할 조건이 만들어졌다는 거군요. 3차 산업혁명에 있어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터넷이고, 에너지 혁명은 재생에너지, 이동 혁명은 전기 및 연료전지 차량이라는 거지요. 이 모두는 인터넷으로 다시 연결되어 분산적인 수평 통합으로 재조직화되고요.


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장치가 바로 사물인터넷IoT입니다. 건물마다 센서가 장착되는데 공장, 창고, 집, 스마트 차량에도 장착되어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사회는 센서를 장착한 사물인터넷과 연결될 겁니다. 3차 산업혁명은 세계를 수십억, 수조 개의 센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정보의 양은 엄청납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같이 수직 통합된 중앙 집중식 회사의 데이터 센터는 이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없습니다. 서로의 플랫폼을 연결하는 에지 데이터 센서edge data sensor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지요. 에지 데이터 센서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서로 병렬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데 가게, 가정, 사무실, 공장, 창고에 이르기까지 에지 데이터 센서를 설치함으로써 지역사회는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플랫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건물은 사물인터넷이 될 겁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지역 중심 세계화를 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10년을 버티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시도하는 작업은 매우 수직적으로 통합된 2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가져와 3차 산업혁명에 심으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차 산업혁명은 분산적이고 개방적이며 네트워크 효율적이고 배터리 규모로 설계되어 있거든요. 모든 건물에는 건물만의 에지 데이터 센서가 자리하고, 그곳에서 이웃의 마이크로 전력망의 데이터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모든 건물은 태양광 발전소가 되고, 전기차나 연료전지 자동차를 위한 충전소가 됩니다. 바로 건물이 연결점node 역할을 하는 거죠. 지역을 연결하고, 다시 대륙을 연결하여 세계를 연결합니다.


공공 인프라가 민영화됨으로써 인프라 자산은 뜯겨나갔습니다. 민영 교도소는 어떻게 하면 개선을 덜 할까 골몰합니다. 개인이 수도 시설을 운영해도 그래요. 도로 시스템을 운영해도 그들은 보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이익 손실을 의미하니까요.

인프라는 반드시 지역 의회, 지역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공공재로 통제되어야 하고 공공의 뜻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학교든 물이든 에너지든, 공공재로서 인프라는 국민이 소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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