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족 이성’의 관점에 서는 것입니다. 냉전의 광기에서 벗어나는 것, 강대국의 대리인 구실에서 탈피하는 것, 진영 논리보다 민족의 현실을 중시하는 것, 이것이 민족 이성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제 냉전의 광기에 눈먼 기나긴 적대의 시대를 마감하고, 민족 이성에 눈뜬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서도 독자노선을 걸어온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도 독일은 줄곧 자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슈뢰더 총리는 미국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서 ‘독일의 길’을 천명했고,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며 ‘유럽의 길’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분명하게 ‘한국의 길’을 천명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한반도 평화, 동아시아 평화, 세계 평화로 이어지는 길이며, 인권과 정의, 연대와 인류애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한국인의 높은 정치의식을 믿고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관철해야 합니다. 우리가 독립변수로서 움직여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온전히 굴러갈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보다 담대하게 통일 문제에 임하고, 보다 용기 있게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