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의 발생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본질적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자들은 손해를 걱정하며 더 안전한 자산을 물색하고, 그 결과 유동성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위험성이 높은 기업은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일부 기업은 파산한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가정과 기업 역시 지출을 줄인다. 그래서 2008년 금융위기가 경제 위기로 확대된 것이다. 당시 수요는 급감했고 신용경색이 전 세계 경제로 확산되면서 국제무역은 최고점에서 15% 하락해 최저점에 이르렀다. 재정 및 통화 부양정책이나 뱅킹시스템의 신속한 개편 등을 통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개입했으나 민간 분야의 소비와 투자를 넉넉하게 지원하는 데는 실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학은 금융위기 때와 다를 테지만, 몇 가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이다. 전염에 대한 두려움과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공급 충격을 야기했다. 공장과 사무실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장을 폐쇄하거나 조업을 축소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회적 접촉을 줄임에 따라 여행과 외식, 그 밖의 활동을 위한 지출은 줄어든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기업의 공급량과 총수입이 동시에 감소하고 있다. 이에 정책입안자들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많은 기업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완전히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폭락을 거듭하고 투자가들이 안전한 투자대상을 찾아 헤맬 때 국채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2008년 대공황기에 우리가 직면했던 불확실성과 유로 위기, 그리고 현재 상황 사이에는 한 가지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이나 실제 전개될 때에는 그 위기의 규모와 심각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전개는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처음에 급속도로 확산되며, 사나흘마다 신규 감염자 수는 배가 된다. 억제 조치가 효과를 거두면 이 비율은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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