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 그 인간이 모범수가 되었다. 라고 어머니는 말했다.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 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 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재정자립도가 이십퍼센트에 못 미치는 군청의 공무원이었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의 삶은 멸종의 위기에서 허덕거리듯이 위태로웠고, 비굴했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이 보기에도 민망하게 직장의 상사들에게 굽실거렸고 밤중에도 수시로 불려나갔다. 밤중에 상사의 전화를 받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슬펐고, 내 여고 시절은 그 슬픔에서 온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삶이 치사하고 남루하리라는 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나의 슬픔은 분노에 가까웠다. 밤중에 불려나간 아버지가 다시 돌아오는 새벽까지 나는 잠들지 못했다.
마음의 일은 말하기 어렵다. 마음의 나라는 멀고멀어서 자욱하다. 마음의 나라의 노을과 바람과 시간의 질감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아버지를 면회가면서 알았다.
면회를 허탕치고 돌아온 날 밤에 감기 기운이 번졌다. 뜨거운 물에 위스키를 섞어 마시고 누웠다. 잠은 오지 않았고 눈꺼풀 안쪽이 쓰라렸다. 몸에서 힘이 빠져서, 허공에 걸린 빨래처럼 무력해진 팔다리가 무거웠다. 지구의 중심이 내 몸을 당겨서 땅속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포승줄에 묶여서 고속도로를 여섯 시간 실려가면 남해안의 교도소가 나오듯이, 천국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혹시라도 그와 유사한 마을이 있다면 사람이 여자의 자궁 속에 점지되어 탯줄로 연결되거나 사람끼리 몸을 섞어서 사람을 빚고 또 낳는 인연이 소멸된 자리가 아닐까. 옛사람들이 효孝를 그토록 힘주어 말한 까닭은 점지된 자리를 버리고 낳은 줄을 끊어내려는 충동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어서 불끈거리고 있는 운명을 보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내세라는 낯선 시간의 나라가 있다면 거기서는 포유류로 태어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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