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이자 음악학자인 제인 글로버의 비유처럼 온갖 요소를 버무린 ‘버라이어티 쇼’라고 할까. "모차르트판 니벨룽의 반지>인 마술피리>의 대본은 사실 모차르트의 재능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작자의 작품"이라는 영국 극작가 버나드 쇼의 냉정한 평가가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 오페라가 의미가 있는 건 단순히 줄거리나 극적 주제 때문만은 아니다. 모차르트가 황제와 귀족 사회에서 벗어나 중산층과 서민 관객을 염두에 두고 발표한 작품이라는 점이야말로 마술피리>의 역사적 의미다.

궁정 귀족 사회에서 음악가는 요리사나 시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음악가를 독립적 예술가로 존중하는 시민 사회는 아직 맹아 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입장료를 내는 관객들을 위한 연주회나 인세를 지급하는 악보 출판사도 막 생겨나기 시작한 단계였다. 작곡가들이 홀로 서기 위한 물질적 기반은 취약했다.nn모차르트는 궁정 귀족들의 무관심이나 냉대에 분노했지만 정작 해결책은 발견할 수 없었다. 낡은 질곡에 결박당한 처지였던 것이다. 어쩌면 엘리아스의 진단처럼 "모차르트는 보편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인본주의나 정치적 이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진실에 가까운지 모른다. 천진난만한 반항아였지만 진지한 혁명가는 될 수 없었던 소시민적 인간이었다는 뜻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