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량의 대부분을 나무가 차지하고 있다는 관념이 사람들 머릿속에 얼마나 깊이 박힌 것이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지하 박테리아의 전체 무게가 나무의 생물량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는 것은 전통 생물학에 엄청난 수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최빈값 박테리아의 지배에 대한 내 이론에도 든든한 지원을 해준다. 지구상에는 다른 생물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박테리아의 크기를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더 다채로운 장소에서 살고 있으며, 훨씬 더 다양한 물질대사를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생명의 역사 전반부를 홀로 지켰고, 다른 생물이 등장한 후에도 다양성을 끊임없이 증가시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테리아는 지하에 사는 것들까지 합치면 그 생물량에서 숲의 나무를 포함해 다른 모든 생물을 합친 것보다도 더 무겁다(하나의 무게가 그렇게 미세함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사실이다. 박테리아가 그 중요성과 영향력에서 언제나 생명의 중심이었다는 주장에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관습적인 시각에서 완전하게 벗어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광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상 생물의 전형적인 생명 형태가 사실은 행성 지각의 표층에 사는 박테리아처럼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생명 현상에서 변형된 대단히 특수하고 기괴한 것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십 년 전만 해도 지구 내부에 그런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 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런 생명 형태가 오히려 전 우주의 보편적 현상일 가능성을 고려하는 정도까지 발전한 것은, 시행착오 개선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인 것이다!
골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다.
광합성을 에너지 공급의 기초로 삼고 있는 지표면의 생명체는 생명의 특이한 곁가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생명에 호의적인 대기, 태양과의 적당한 거리, 물과 암석의 적당한 배합 등,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 운 좋게 지구 표면에 형성되고 그 환경에 특수하게 적응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사실은 깊은 곳에서 화학적으로 유지되는 생명체야말로 이 우주의 보편적인 생명 형태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는 박테리아는 무게만으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우주의 보편적 생명 형태를 대표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