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친구, 더없이 정겨운 이웃 아저씨인 남성도 일단 가부장제의 일원이 되고 나면 즉시 지배자로 탈바꿈한다. 그러고는 피지배자인 여성 위에 군림하고자 한다.
영구적 기독교 정당의 설립을 추진하는 핵심 세력은 막강한 경제적, 사회적 자원을 가진 대형 교회의 목사, 장로, 그리고 신자들이다. 이들은 ‘국가적 위기‘를 내세워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 이들이 척결대상으로 지목하는 ‘종북 좌파‘와 ‘동성애자‘의 실체는 사상과 윤리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람들, 즉 자유민주사회의 적이 아니라 신봉자들이다.
"일본인은 외국인과 대등하게 친구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외국인은 자기들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한 존재이지 수평은 없다. 따라서 굽실거리거나 깔아뭉개지 대등한 관계는 드물다. 인간을 전체 인류의 입장에서 이해할 줄 모르는 태도나 형제자매로 이해할 능력의 결여때문에 그들이 진정한 세계인으로 발돋움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된다 하더라도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 국민으로서는 별로 나무랄데가 없는 단위를 이루고 있다. 법과 질서를 중요하게 여기고, 책임감과 직업의식에 투철하고, 공사의 구분이 분명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부지런하고, 청결하고, 서로 타협해서 대동단결하는 데 능하다."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Jered Dia-monds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를 이렇게 관찰했다. "아랍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한국인과 일본인은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오랜 시간 서로에 대한 적의를 키워왔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수긍하기 힘들겠지만 성장기를 함께 보낸 쌍둥이형제와도 같다. 동아시아의 정치적 미래는 양국이 고대에 쌓았던 유대를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예루살렘의 홀로코스트 역사박물관에 적혀 있는 경구다.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잔혹한 인종차별 체제를 고집하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새로운 출발을 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진실과 화해‘다. 이 슬로건은 과거 청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과거는 그대로 묻어버리는것이 아니다. 용서하려면 먼저 진실을 알아야만 한다.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한 시대를 호령하던 소설가 이병주의 수사다. 역사는 기억과 기록을 두고 벌이는 후세 사람들의 싸움이다. 승자의 행장은 역사로 기록되지만, 패자의 비애와 한은 애틋한 신화와 전설로 명맥이 이어질 뿐이다. 역사의 승자는 가해자이기 십상이다. 피해자의 한을 위무하는 의식 없이 역사가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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