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점에서 볼 때 그들은 보잘것없을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페스트의 지배 속으로 끌려들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단조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시민들은 말하곤 했다. 왜냐하면 재화의 기간 중 집단적인 고통의 종말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 사실 그들은 그것이 끝나기를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은 초기에서와 같은 열정이나 안타까운 감정은 없고, 다만 우리에게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는 일종의 빈약한 이성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처음 몇 주일간의 그 사나운 발악의 뒤를 이어서 낙담이 생겼는데, 그것을 체념으로 보는 것은 잘못일지 모르나 역시 일종의 일시적인 동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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