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방식은 이랬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굉장한 제품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다. 그런 다음 바로 그 제품이 정말 출시된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그것을 손에 넣기는 쉽지가 않다. 그리고 마침내 제품이 출시된다. 물론 이것은 이전보다 성능이 개선된 버전일 뿐 완벽한 제품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완벽한 제품이 아니라 성능이 조금씩 개선된 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되면서 이러한 과정은 반복될 것이다. 이것이 참으로 기발한 마케팅 기법, 바로 ‘넥스토피아 마케팅‘이다.
기대사회에서 ‘다음‘과 ‘지금은 동일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약 4년 후에 개봉될 영화가 ‘지금 당장‘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해낸다. 심지어 기대사회에서는 광고판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이미 했거나, 벌써 일어난 일에는 흥미를 잃는다. 대신 곧바로 다음 할 일에 더 주목한다. 어제 기대했던 그날이 오늘이었듯이, 이제 오늘의 새로운 관심사는 바로 ‘내일‘이다. 명성은 과거의 ‘성과‘가 아니라 ‘기대‘ 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적 특성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보다 ‘한 행동‘을 더 많이 후회한다는 점이다. 행동을 하고, 무언가를 사고, 기회를 잡는 등의 행위를 하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놓치게 되는데 그러고 나서는 그렇게 놓쳐 버린 것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만약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들은 여전히 가능성의 범주에 머물러 있게 된다. 즉, 어떤 행동이나 선택을 하기 전까지는 그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기대사회의 모순paradox은 기다리는 시간이 짧을수록 기다림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바로바로 쩍쩍 붙여서 가져오는 우리의 ‘끈끈이 손가락‘ 탓이다. 늘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기만 하다면 언제든 이 끈끈이 손가락을 뻗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그 손에 붙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떨까? 바로 이럴 때 당신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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