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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대상화한다. 사진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소유할 수 있는그 무엇으로 변형시켜 버린다. 그리고 사진은 일종의 연금술로서,
현실을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받는다.
때때로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뭔가를 훨씬 더 잘 보게 되며,
혹은 적어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 실제로, 보통보다 사물을 더 잘보이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사진의 주요 기능들 중 하나이다(그래서 사람들은 실물보다 좋게 보이지 않는 사진에 늘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뭔가를 미화하는 것은 카메라의 전통적인 기능으로서, 이런 기능은 보여진 것에 대한 사람들의 도덕적 반응을 하얗게 표백해 버린다. 뭔가를 최악의 상태로 보여줘 그것을 추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은 좀더 근래에 등장한 기능이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이런 기능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뭔가를 고발하고, 가능하다면 사람들의 행동까지 변화시키려는 사진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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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인들은 저곳, 그리고 미국이 개입되지 않는 곳에서 행해진 악을 사진으로 찍기를 더 좋아한다(미국은 그야말로 독특한 나라이다. 건국 이래로 사악한 지도자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증명하려는 그런 나라가 바로 미국인것이다). 다른 모든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은 예외라는 건국 신조 즉 지금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나라의 믿음과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미국의 역사를 진보의 역사로 보려는국가적 합의는 비참한 광경을 담은 사진들이 맞닥뜨린 새로운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사람들은 그 어느 곳에서 벌어졌든지간에 그릇된 일들에 온 정신을 뺏길 것이다. 단, 미국 자체를 유일한 해결사이자 구원자로 보는 한에서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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