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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적 농업 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 재배를 선호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 개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적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각각의 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넓이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재배할 경우(예를 들어 밀과 다른 작물을 섞어 키우는 대신 밀만 재배하는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던 해충이 급증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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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살충제 역시 치명적이긴 마찬가지다. 살충제는 크게 두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DDT로 대표되는 염화탄화수소(탄화수소의 염소치환체) 계열이고 또 다른 그룹은 말라티온과 파라티온으로 대표되는 유기인산 계열이다. 이 모든 화학물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생명계의 뼈대를 이루어 유기물‘ 을 만드는 탄소 원자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생명계에서는 없어서 안 될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 원소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을 ‘유기물 이라 부른다. 이를 이해하려면 탄소 원소로 어떤 물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야 한다. 유기물은 모든생명체의 기본적인 작용과 연관되어 있지만 특별한 변형과정을 거치게 되면 죽음을 초래하는 유독물질로 바뀌기도 한다. 탄소는 여러 개가 모여 사슬 모양이나 고리 모양 등 다양한 배열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원소와 결합하는 데 있어 거의 무한한 능력을 발휘한다. 박테리아에서 흰긴수염고래에 이르는 생명체의 놀라운 다양성은 탄소의 특징에 기인한다. 복잡한 단백질 분자의 기본 역시 탄소이며, 지방과 탄수화물, 효소와 비타민에도 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수많은 무생물에도 탄소가 포함되므로 탄소를 생명의 상징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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