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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프세볼로트 메이예르홀트와 지나이다 라이흐 부부에게 바치는 묘비명 같은 것이다.
메이예르홀트는 그녀를 미친 듯이 사랑했다. 나는 그런 사랑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시대에 그와 같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왠지 불길했다. 결국에는 안 좋게 끝났다.
그러므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를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아무 관심도 갖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들은 사라진다. 모든 것, 특히 각별하게 아끼는 것은 반어적으로대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살아남을 기회가 조금이라도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