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썩게 내버려두는 것, 그 방법을 적용하면 어떤 문제도 결국은 저절로 해결되는 법일세.」
지사의 주장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의 정수라고 할 만한 것들은 모두 〈썩게 내버려두기〉라는 한마디 말로 집약될 수 있다는 거였다. 포도즙을 썩게 내버려둠으로써 가장 감미로운 포도주를 얻고, 우유를 썩혀서 가장 맛 좋은 치즈를 생산해 내고, 심지어는 빵마저도 밀가루에 뜸팡이를 섞어서 만들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썩게 내버려둬. 푹 썩히라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그 녀석들 제 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말 걸세. 따지고 보면, 혁명이나 반란은 모두 스스로 썩어 문드러지게 되어 있어. 혁명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시간이야. 시간은 모든 것을 발효시키는 뜸씨와 같은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