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가 기법
푸가는 카논에 비해 한층 발전된 기법이다. 카논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그것이 스스로와 대면할 때 어떤 양상이 빚어지는지를 알기 위해 갖가지 방식으로 〈고문〉을 하지만, 푸가에서는 하나가 아니라 몇 개의 주제가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푸가는 반복보다는 진전의 양상을 띤다.
제1성부가 시작되면서 기본 주제가 나타난다. 그러면 그 주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2성부가 4도 높게 또는 3도 낮게 그 뒤를 따른다. 제1성부는 자기의 제1주제를 끝내고 대위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그때 제3성부가 나타날 수 있다. 제3성부는 제1성부나 제2성부의 주제, 또는 제1성부의 대위 주제를 연주한다.
성부와 주제의 조합이 카논의 경우보다 더욱 복잡하다.
마침내 각 성부가 자기 구역을 다 탐색하고 다른 구역과의 교류도 끝내고 나면, 모두가 출발점에 모여 제1주제를 다시 불러낸다.
푸가 중에서 구성이 아름답기로는 바흐의 작품 「음악의 헌정」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푸가가 그렇듯이, 이 작품도 다 단조로 시작된다. 그런데 마치 요술쟁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술수를 부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틈에 조가 바뀌어 라단조로 끝을 맺는다. 듣는 사람의 귀가 조바꿈의 순간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처럼 조성(調性)을 〈도약〉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음악의 헌정」을 음계의 모든 음에서 무한히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제왕의 영광도 이와 마찬가지로 조바꿈을 통해서 끝없이 상승한다〉고 바흐는 설명했다. 그의 이름 〈바흐〉는 엉뚱하게도 독일어로 〈개울〉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