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상대방의 언어적 특성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의 신체 부위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그를 조종하는 맥점(脈點)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자네가 이 일을 잘 해내리라고 믿네〉와 같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순간에, 상대방의 아래팔을 눌러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매번 그의 아래팔을 다시 눌러 줄 때마다 그는 되풀이해서 자극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감각의 기억을 활용하는 것이다. 한 가지 조심할 것은 그 방법을 뒤죽박죽으로 사용하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심리 요법 의사가 자기 환자를 맞아들일 때, 〈이런, 가련한 친구 같으니, 보아하니 상태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게로군〉 하고 그를 측은해하면서 어깨를 툭툭 친다고 하자. 만일 그 의사가 환자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똑같은 동작을 되풀이한다면, 그가 아무리 훌륭한 치료를 행했다 한들 환자는 한순간에 다시 불안에 빠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