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뜻매김

사지가 온전히 발육한 6개월 된 태아는 이미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3개월 된 태아도 사람인가? 갓 수정을 끝낸 난자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6개월 전부터 혼수상태에 빠진 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환자, 그렇지만 여전히 심장이 뛰고 허파로 숨을 들이고 내는 식물인간도 여전히 사람인가?

사람의 몸에서 분리되어 영양액 속에 담긴 살아 있는 뇌는 사람인가?인간의 사고 작용을 그대로 모방할 수 있는 컴퓨터도 사람으로 취급할 수 있을까?

사람과 똑같은 겉모습에 사람의 뇌와 비슷한 뇌를 가진 로봇은 사람인가?

사람의 신체 기관에 생길지도 모를 결함에 대비해서, 대체 기관들을 미리 마련해 둘 목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 낸 복제 인간은 사람인가?

그 어떤 물음에도 분명하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의 뜻매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물론이고 중세까지도 여자와 오랑캐와 노예는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입법자들에겐 무엇이 사람이고 무엇이 사람이 아닌지를 가려낼 의무가 있다. 그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서는 생물학자, 철학자, 정보 공학자, 유전 공학자, 종교인, 시인, 물리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리라. 〈사람〉이라는 말을 정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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