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
모든 사물과 관념과 사람은 하나의 파동으로 귀결될 수 있다. 형태파, 소리파, 그림파, 냄새파 등 여러 가지 파동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파동들이 유한한 공간 속에 있으면 다른 파동과 필연적으로 상호 간섭하게 된다. 사물과 관념과 사람들의 파동 사이에 일어나는 간섭 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로큰롤〉과 〈클래식〉 음악을 혼합하면 어떤 음악이 생겨날까? 〈철학〉과 〈정보학〉을 섞으면 어떤 학문이 될까? 아시아의 예술과 서구의 기술을 섞으면 어떤 것이 나타날까?
잉크 한 방울을 물에 떨어뜨린다고 하자. 두 물질은 처음엔 아주 단조로운 상태에 있다. 잉크 방울은 까맣고 물은 투명하다.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서, 일종의 위기가 조성된다.
이 접촉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혼돈의 모습이 나타나는 때이다. 바로 희석되기 직전의 순간이다. 서로 다른 두 요소끼리의 상호 작용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다. 복잡한 소용돌이, 뒤틀린 형태가 생기고, 온갖 종류의 가는 실 형태가 생겨났다가 점점 희석되어 결국엔 회색의 물로 변한다. 사물의 세계에서는 두 개의 파동이 만날 때 빚어지는 아주 다양한 모습을 고정시키기가 어렵지만, 생명의 세계에서는 어떤 만남이 고착될 수도 있고 기억 속에 머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