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문제는 악이 실제 삶 속에서는 반드시 추악하지는 않다는데 있다. 악은 사실 대단히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이 점에 관한 한 기독교는 할리우드보다 현명했다. 전통적인 기독교 미술에서는 사탄을 대단히 매력적인 정부婦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탄의 유혹에 저항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파시즘에 대거하기가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파시즘의 거울로 자신을 들여다보면 추악한 것이라고는 조금도 눈에 띄지 않는다. 1930년내에 독일인들이 파시즘의 거울로 자신들을 봤을 때는 독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족으로 보였다. 지금 러시아인들이 파시즘의거울을 보면 러시아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이스라엘인들이 파시즘의 거울을 보면 이스라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그러면 그들 모두 그 아름다운 집합체 속에 자신도 빠져들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fascis‘에서 나왔다. ‘막대 다발‘이라는 뜻이다. 세계사에서 가장 흉포하고 살인적인 이데올로기치고는 별 매력 없는 상징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깊고 사악한 의미가 있다. 막대 하나는 대단히 약하다. 누구나 쉽게 부러뜨릴 수있다. 그렇지만 여러 개를 다발로 묶으면 부러뜨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는 각 개인은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집단으로 한데뭉치면 대단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파시스트들은 어떤 개인보다도 집단의 이익이 특권을 갖는다고 믿으며,
어떤 하나의 막대도 다발의 결속을 깨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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