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주의자가 과학적 진실을 중시하는 것도 바로 이런 깊은 이유에서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을 알기 위해서다. 과학적인 연구의 안내를 받지 못하면 우리가 가진 연민도 맹목적이 될 때가 많다.
 세속주의의 쌍둥이 가치인 진실과 연민에 헌신하는 태도는 또한 평등을 향한 헌신으로 귀결된다. 세속주의자들은 경제적, 정치적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은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모든 선험적인 위계를 의심한다. 고통은 누가 경험하더라도 고통이다. 지식은 누가 발견하더라도 지식이다. 특정 민족이나 계급, 성이 경험하거나발견한 것을 그들만의 특권으로 삼을 때 우리는 무뎌지고 우매해지기 쉽다. 세속주의자는 자기 민족이나 국가, 문화의 고유함에 분명히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고유함‘과 ‘우월함‘을 혼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속주의자는 자기 민족과 국가를 향한 특별한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의무가 배타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동시에 인류 전체를 향한 의무도 인정한다.
우리는 생각하고 조사하고 실험할 자유 없이는 진리는 물론이고 고통에서 벗어날 길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세속주의자는 자유를 중시하며, 어떤 텍스트나 제도, 지도자에게 최고 권위를 부여해서 옳고 그름의 최종 심판으로 삼는 일을 삼간다. 인간은 언제라도 의심하고, 다시 검증하고, 다른 의견을 듣고, 다른 길을 시도해볼 자유가 있어야 한다. 세속주의자는 지구가 정말 우주의 중심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지 용감하게 질문한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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