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세속주의는 가끔 종교의 부정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세속적인 사람은 그가 믿지 않고 행하지 않는 것에 따라 규정된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세속적인 사람은 어떤 신이나 천사도 믿지 않고, 교회나 절에도 가지 않으며, 종교적인 의식이나 의례도 행하지 않는다. 이렇게만 보면 세속적인 사람은 속이 비어 있고 허무주의적이며 도덕관념이라고는 없는 존재 - 무언가로 채워지기만을 기다리는 빈 상자 - 처럼 보인다.
이런 부정적인 정체성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스스로 세속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세속주의를 아주 다르게 본다. 이들에게 세속주의란 이런저런 종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기보다 나름의 일관된 가치 기준으로 규정되는, 대단히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세계관이다. 실제로 세속적 가치의 다수는 다양한 종교 전통들도 공유하는 것들이다. 일부 종교 분파들이 모든 지혜와 좋은 것들은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세속주의자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그런 독점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인간의 도덕과 지혜가 어느 특정 장소와 시간에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과 지혜는 모든 인간의 자연적인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최소한 몇몇 가치들은 세계 도처의 인간 사회에서 저절로 생겨났으며, 이것이 무슬림이나 기독교인이나 힌두교도나 무신론자에게나 공동적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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