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테러범들은 그토록 큰 야심을 품을 수 있을까? 테러를 감행한 후에도 적은 공격당하기 전과 같은 수의 병사와 탱크와 선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적의 통신망과 도로, 철도도 별 손상이 없다. 공장과 항구, 기지도 그대로다. 하지만 테러범들은 적의 물리적 힘에는 거의 흠집을 내지 못하더라도, 공포와 혼란을 일으키면 적이 멀쩡한 힘을 잘못 사용하고 과잉 반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격앙된 적이 막대한 힘을 자신에게 나쁜 방향으로 사용하면, 테러범 자신들이 조장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과격한 군사격, 경치적 폭풍을 자초할 것으로 계산한다. 폭풍이 일어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속출한다. 적이 실수를 거듭하고 잔혹 행위를 저지르면서 여론이 흔들린다. 결국 중립적인 인사들마저 입장을 바꾸면서 힘의 균형이 이동한다.
이렇게 보면 테러범은 도자기 가게를 부수려는 파리를 닮았다.
파리는 너무나 미약해서 찻잔 하나도 혼자서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어떻게 파리 한 마리가 도자기 가게를 부술까? 파리는 먼저 황소를 찾아낸 다음 귓속으로 들어가서 윙윙대기 시작한다. 황소는 두려움과 분노로 미쳐 날뛰면서 도자기 가게를 부순다. 바로 이런 일이 9.11 이후에 일어났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미국이라는 황소를 자극해서 중동이라는 도자기 가게를 파괴했다. 이제 테러범들은 도자기 잔해 속에서 번성하고 있다. 세상에 성마른 황소들은 널렸다.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