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책의 공화국에서
“불교는 지배자의 종교도 아니며 그렇다고 억압받는 자의 눈물과 한숨도 아니다. 불교는 또한 하나의 영역, 하나의 틀(格)이 아니라 뭇삶들의 본래적인 자유(本覺), 뭇삶들의 자유를 위한 실천(始覺) 그 자체이므로 불교는 불교라는 독자적인 신비영역을 타파함으로써만 불교의 비역사성을 극복할 수 있다.

오늘날 분단상황과 외세의 강압 속에서 갈갈이 찢긴 민중의 삶들은 한과 고통의 실체성, 그리고 개별적인 삶들의 독자성을 부정해감으로써 민중적인 삶이 내포하고 있는 삶의 비불교성을 극복할 수 있다. 불교에 의한 비역사성의 극복과 민중에 의한 비불교성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고, 뭇삶들은 불타의 자비 속에서 자신을 해방해갈 이론의 무기를 발견할 것이다.

흔히 불교에는 과학이 없고 정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가 과학이론이나 정치이론이 되어질 수는 없다. 과학하는 자, 정치하는 자를 변혁함으로써 불교는 과학성과 정치성을 획득하고 과학과 정치는 불교적인 이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의 연기적인 세계관은 상호주체의 세계관이며 연기적인 인식의 해방은 주인-노예의 종속관계를 타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를 믿는 자, 불교적인 세계관으로 삶을 사는 자는 지배자를 위한 허위 이데올로기에 불교를 봉사시켜서는 안 된다. 이러한 입장에서 오늘날에까지 이어지는 왕의 성수만세(聖壽萬歲)를 비는 기도, 구제에 의해 이용된 미륵정토(彌勒淨土), 군국 일본이 가미가제 특공작전을 위해 이용한 미타정토(彌陀淨土) 등은 불교사에 있어서 반복되어서는 안 될 오점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책의 공화국에서 | 김언호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3079000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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