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책의 공화국에서
“다산초당에서 저서가 이루어지면, 그 저서들은 필사되어 글을 아는 전국의 지식인들에게 전파되어갔다. 그러는 과정에서 다산의 사상과 논리가 여타의 지식인들에게 스며들었고, 그렇잖아도 당대의 권력계급에 불만을 갖고 저항의 생각을 갖고 있던 호남의 지식인들에게는 큰 자극을 주었을 것이다. 한말 호남에서 가장 큰 학파를 이룬 노사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이 『목민심서』를 탐독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사실만으로도 다산 이후의 호남의 정신사에 다산이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저항적이고 비판적이던 지식인들에게 다산의 저서가 읽혀졌다고 할 때, 그 자극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을까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조선 중기 이래로 반역향이라는 낙인 아래 오랜 압제와 탄압의 사슬에 얽매여 있던 기묘사화 때 수난 받은 호남 3걸(최산두·유성춘·윤구) 및 기축사화 때 숨진 남인 5신(이발·이길·정개청·유몽정·조대중)의 후예들이, 밑바닥 민중으로 반항적 계층을 이루고 있을 때에, 그러한 자극과 영향은 번져나가 호남에서 발단한 커다란 민중운동인 동학혁명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으리라는 추단은, 결코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말할 수 없으리라.”

책의 공화국에서 | 김언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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