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북스] 책의 공화국에서
“민중은 말 때문에, 의견 때문에 사람을 버리지는 않는다.
말이야 무슨 말을 하거나, 생각이야 무슨 생각을 가졌거나 그것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이 민중의 맘씨다. 말과 생각 때문에 사람을 차별하고 죽이는 것은 학자·사상가·도덕가, 특히 정치가다.
그들은 힘써 이름을 내세우고 명분을 주장하지만, 사실 그들이야말로 염치없다. 더럽다, 타락이다, 업신여기면서도 그 손에서 얻어먹고 그 행렬에 끼여 가지 않나? 말은 지도라 하지만 사실은 따라가는 것이다. 정치가가 민중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지한 민중이 나라를 이끌어간다. 모든 이름은 다 깃발이다.
깃발을 메는 것은 민중이요, 지도자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떤 행진에서도 깃발은 언제나 나아가는 방향과 반대로 나부끼는 법이다. 민중은 깃발을 메고 나갈 뿐이요 바라고 가는 것은 아니다. 거기 무슨 글자를 썼거나 어디로 나부끼거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깃발이 문제기 때문에 역사의 행렬을 거꾸로 타고 앉아 있다.
민중은 사회의 바닥이다. 바닥이므로 타락이요 고상이요 따로 있을 여지가 없다. 타락인 줄 알지도 못하는 것이 민중이다. 구더기를 더럽다지만 더러운 것은 구더기가 아니다. 저는 속에서 똥을 내보내면서 구더기더러 똥 속에 있다고 더럽다는 사람 저 자신이 더러운 것이지. 민중은 고를 줄도, 갈 줄도 모른다.
바다 같은 것이 민중이다.
지금은 그 민중이 말을 하는 때다.”
책의 공화국에서 | 김언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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