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막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러니까 처음 의사를 찾아갔던 그때부터 이반 일리치는 서로 상반된 두 마음으로 살아왔다. 상반된 이 두 마음은 쉬지 않고 번갈아 가며 그를 흔들었다. 그 하나는 두렵고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을 기다리는 절망의 마음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자신의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흥미롭게 관찰하는 희망의 마음이었다. 때론 게으름을 피우느라 잠깐 제 임무를 소홀히 하는 신장 또는 맹장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때론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 갈 수 없는 이해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죽음의 공포가 그를 엄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