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연민을 비판한 것은 그가 비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연민은 인간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연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불쌍한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약하고 무력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연민을 받는 사람이 느끼고 있는 무력감을 강화시킵니다. 그리고 연민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은 당연히 누구나 좌절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것을 수용하게 됩니다.
 또한 연민은 우리가 그 사람과 유사한 처지에 있으면 그 사람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합니다. 이렇게 연민에 빠지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좌절한 사람과 자신을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니체는 ‘인간은 거리의 파토스(pathos)에 의해서 발전한다‘라고 말합니다.
거리의 파토스란 기존의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탁월한 인간이 됨으로써 기존의 자신이나 저열한 다른 인간들로부터의 거리를 넓히려는 열망입니다. 니체는 이러한 열망이야말로 바로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연민은 이렇게 우리를 보다 강해지고 보다 탁월한 인간이 되도록 채찍질하는 거리의 파토스를 제거합니다.
2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