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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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학은 불행을 녹여냄으로써 소화한다. 여기서 내가 유독 소설에 애정을 갖는 것은 오늘날의 시들이 벤야민이 말한 것처럼 그저 ‘생명 속에서 비교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해서만 쓰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나마 낫다. 소설은 문학에서 가장 겸손하고 기특한 장르다. 소설은 우리의 보편적인 생명의 현장에서 가장 가깝고, 생명의 실물 소재의 상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그 느낌을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소설이 사용하는 언어는 바흐친이 말한 ‘잡어로서 우리가 참여 가능한 언어의 조밀한 지대로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은 어떤 서술을 전달할 수 있고 어떤 사실을 지적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오늘날 카페에서 보통 사람들이 『율리시스』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소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을 들을 수 있지만 「순수이성비판」이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 대해 감히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는 소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실제 생활의 체험 속에 ‘권고‘를 함께 짜넣음으로써 독서가 더없이 진실하고 확실한 경험이 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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