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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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모든 면에서 꾸준히 성장합니다. 몸집도 커지고 힘도 강해집니다.
 물론 정신 능력과, 주변 세계를 받아들이는 능력도 항상됩니다. 감정도 풍부하고 혼란스러울 정도로 경이로워서 사람과 동물, 사건과 장소, 날씨와 자연 등 온갖 것과 교감하며, 뛸듯이 좋아하다가 애처로울 정도로 슬퍼하고, 극단적인 호기심을 보이다가도 지독히 지루해하는 감정의 기복을 보입니다. 이처럼 감정을 탐색하는 시간은 우리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은 흔적을 남기며,
원숙한 시기에 이른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그 후에 우리는 조금씩 나이 들어갑니다. 늙는다는 것은 쪼그라드는 것입니다. 몸도 점점 작아지고 약해집니다. 또렷한 정신은, 강굽이에서 뿌리가 침식된 커다란 나무처럼 썩어가는 몸을 그저 물끄러미 지켜볼 뿐입니다. 몸의 고통은 늘어만 갑니다. 몸을 회복하려는 끝없는 전투가 벌어지지만 희망은 나날이 줄어듭니다. 정신도 같은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름을 잊고 얼굴을 잊는 건 육체적으로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정신적 고 통을 낳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말년에는 외롭기도 합니다. 일터에서 쫓겨나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가족들은 자기 일로 바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버리고, 잊은 듯합니다.
이런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쇠락에서 비롯되는 필연적인 결과가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죽음이란 걸 알게 되면, 극심한 두려움과 우울한 기분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삶의 시간이 있은 후, 생명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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