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도덕적인 구분은 태초 이후로 계속된 것이어서, 우리 모두가 외적으로는 부모와 교사의 가르침 덕분에, 내적으로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이 오래전에 악을 집에서 쫓아내고 집 열쇠는 선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 자신을 선이라 생각함으로써, 즉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웃보다는 확실히 선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선과 악을 동시에 품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또 이런 자아상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화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는 악을 본질적으로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범죄자, 불량한 경찰, 부패한 정치인, 빈둥거리는 젊은이들 등, 항상 악은 다른 사람입니다. 바깥세상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지만, 정작 우리 안의 악은 보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