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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ㅣ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365일> 소설 이야기
납치와 감금, 살인과 협박. 무시무시한 폭력이 ‘운명적인 사랑’으로 미화될 수 있는지 도저히 공감이 안 되는데, 나만 그런가요?
책을 받은 지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책에 몰입이 안 되었다. 책장을 넘기자 마자 몰아치듯 시작된 폭력적 섹스장면에 심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건 뭐야 대체....’
심지어 책상 위든 식탁 위든 책을 버젓이 꺼내놓기도 꺼려졌다. 혹시라도 딸들이 보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미루고 미루던 책읽기를 통으로 시간을 내서 작정하고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비로소 책 내용에 집중이 되면서 두 주인공의 격렬하다 못해 폭력적인 섹스장면을 읽고 상상해가는 가운데 묘한 긴장감과 성적 흥분과 쾌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도 되었다.(워낙 두 주인공의 섹스 장면이 적나라하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보니 책을 읽는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영화로 안 보길 다행이지. ㅋㅋ)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 환상 속에서 보았던 여성을 오매불망 찾았고 드디어 현실 속에서 그 여성을 만나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가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마피아 두목 마시모. 그 과정에서 납치와 감금, 협박, 살인 등을 너무나 손쉽게 저지르고 여자의 마음(사랑)을 얻는 수단은 돈과 성적 능력, 매력적인 외모 뿐.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어떠한 이해나 배려, 소통의 과정도 없이 ‘넌 나를 사랑하게 될거야 1년 365일안에’라며
마피아 가족안에서 태어나 마피아로 키워지고 마피아로 살아온 마시모였기에 사랑의 방식 또한 마피아식이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우라는 또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 것인지.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납치가 되어 감금 당한 채 당신이 내 운명의 여자라고 강요당하며 강간에 준하는 성추행과 협박을 당해오다가 차차 그의 재력과 성적매력에 이끌려 그를 사랑하게 되는 라우라를 도데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납치 당해 온 직후에는 “난 누구의 것도 아니야. 갖고 싶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외쳤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마시모는 라우라에게 반말로 명령하는 말투를 계속하고, 그녀에 대한 호칭 또한 ‘베이비걸’이다. 이에 비해 라우라는 초기에는 강하게 반발하며 누구 맘대로 니꺼라고 하느냐고 반말로 따진다. 그러나 어느 덧 꼬박꼬박 라우라는 마시모에게 존댓말을, 마시모는 반말을 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물론 한국어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애초에 약속된 365일은 커녕 두 달도 안되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이야기 전개 내내 두 사람이 서로가 살아 온 삶에 관해, 함께 살아갈 미래의 모습에 대해, 심지어는 현재의 삶에 대해서조차 진지하게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가 두 남녀의 섹스 장면과 느낌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었다. 라우라가 애초의 마음 상태에서 마시모에게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난 끝내 모르겠다.
도대체 (출판사의 주장대로라면) 어떤 여성들이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