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한성례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단하다. 류라는 인간은. 후기에서 이 소설을 23세에 썼다는 것에 경악했다. 한 때 소설가를 지망했던 나로서는, 이런게 천재인가. 라고 느껴졌을 정도. 독서실에 심심풀이로 읽으려고 가져갔다가 결국 도착하자 마자 읽어버렸다. 생각하면 할 수록 지독한 소설이다. 마치 늪과도 같은 느낌. 글이 만들어내는 환각속에서 몽롱하게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나는, 류가 소설속에서, 뭐랄까. 녹아 없어지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멍하게, 나사가 풀린 상태로, 마약을 하고, 별 생각없이 섹스도 하고, 토할것만같은 메스꺼운 파티 [<-류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것 처럼 보였다.]에 참가하고, 그러면서 흘러가다가, 문득, 다 녹아 없어진 채, 일부만 남은 자신을 보고, 경악하며, 절규하는, 그런 종류의 느낌. 

하지만, 마지막에 류가 일말의 희망을 찾은 것은, 솔직히 말해서 유감이다. 나는, 정말로 칙칙하고 우울한 소설을 찾는 와중에 이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고, "검은새"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류를 보면, 확실히 그다지 나쁜 선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막판에, 어딘가에서 희망 한 조각을 집어들고, 녹아 없어진 자신의 나머지를 찾아 나선 그의 모습이, 약간, 아주 약간 거슬렸다랄까.

뭐, 좋은 소설이다. 굉장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주문하기가 좀 두렵기도 했지만, 생각만큼 심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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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3-0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밑의 글들을 읽어보면 고등학생이신거 같은데, 고등학생이 쓴 글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잘 쓰십니다.) 전 이 책을 대학생 때 읽었는데, 그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고, 솔직히 이해를 잘 못했었는데, 님 글을 읽고나니 머리속이 정리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