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역
양영제 지음 / 바른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근현대사에는 비극적인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역사의 모든 과정이 희극보다는 비극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수탈, 지배계층의 무능과 권력남용, 이는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해방 이후, 근현대사로 넘어오면서 겪은 부침은 많은 분들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권력을 잡은 권력자들의 정치공작과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폭도정치가 통했고, 당시는 시대적으로 사람들의 수준이나 의식이 깨어있는 시대는 아니여서 그렇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여순사건을 바라보면, 착찹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념이 무엇이길래, 나와 다른 색깔에 대한 응징과 처벌, 인간이면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자행했던 순간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강제로 해방을 당했다는 느낌이 강했고, 국내의 정치상황이나 모든 부분이 어수선했습니다. 이런 혼란을 틈타서 좌익과 우익의 등장,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속에서, 아무 의미도 모르는 수많은 양민이 부역했다는 억울함을 뒤짚어쓰고 죽음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냉정의 고리가 깊었던 시기, 각 진영간의 세력화와 대립화가 극심했던 시기, 이같은 비극이 한반도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정치권력을 사람들은 적절한 통제를 통해서 권력을 사유화했고, 독재적인 모습을 보이기에 이릅니다. 이런 점에서 역사의 재평가와 재조명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서 정부에 대항했지만, 폭도로 규정당했고 공산당, 빨갱이라는 레드 콤플렉스의 대상이 되어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짓밟힌 우리의 시민들, 과거사 조사가 왜 필요하며 관련 주도자나 지시자에 대한 처벌이 강력히 요구되어야 합니다. 책에서 서술하는 내용 자체가 워낙 무겁고, 당시의 시대상을 느낄 수 있어서 다양한 감정이 생깁니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지, 이런 현대사적 부침이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했다는 사실, 이념적인 잣대로 나뉜 국론분열의 모습에서 정말 이념이 그토록 무서운 것인지, 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했는지, 다소 복잡한 감정도 생겼습니다.


또한 독재가 주는 잔혹함, 국가권력이 개인을 어떻게 침해할 수 있고, 유린할 수 있는지, 우리 근현대사에는 이런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권력을 대하는 위정자들의 마음, 정치인들의 본능과 속성,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 권력이라는 무기를 가지는 순간, 달라지는 사람들, 그리고 억울한 누명으로 죽음에 이른 수많은 양민들을 보면서 여순사건이 더욱 재조명받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쩌면 최근까지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지역감정과 지역에 따른 차별, 과연 이런 것들에 대한 정리와 보상, 모두가 공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게 됩니다. 여수역을 통해서 다소 무겁지만,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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