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말하는 거예요. 내 삶을 살면서 살아 숨쉬고 이런저런 일에 흥미도 갖고 생기가 넘치고 활기차고 치열할 수 있는 조건 말이에요. 아, 이런 건 싫어요. 나는 죽어가고 있어요. 아직 제대로 살아본 것도 아니면서. 정말 우스운 일이죠. 너무 부조리하고 모든 것이 너무나도 무의미해요.
얘야, 넌 좋아질 거야.
어떻게 좋아질까요?
좋아진다니까. 모든 것이 다 좋아진단다.
어떻게요?
얼마 후에는 잊게 돼. 그리고 통증과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기시작할 거다. 고관절대치술도 생각하게 될 테고, 시력도 떨어지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게 돼. 행동반경도 전보다 좁아지고, 그러다 다음달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그만두게 된단다. 목숨을 끌어가며 살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거야.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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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술이나 문학에서 지성은 항상 ‘이전‘이 아니라 나중에 돌발적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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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술이나 문학에서 지성은 항상 ‘이전‘이 아니라 나중에 돌발적으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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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런 주호가 마음에 들었다. 모임 안에서 체호프를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마음이 가는 것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과연 그런가 싶은 뚱한 표정으로 한 번씩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은 특별해 보였으니까. 주호는 배열이 조금 다른 회로를 장착하고 있는 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그게 사람이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일단 멈추게 한 다음 판단을 보류했고, 나는 무릇 예술가란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뭐든 그런가보다 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렇게 의심하고 분별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즈음 주호가 학교 사람들과 선보인 몇몇 무대는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내게는 그런 어설프고 난삽한 무대를 감행하는 주호의 객기마저 남달라 보여 우리는 차차 따로 만나 연극을 보거나 서점에 가거나 밥을 먹으며 가까워졌다. 무엇보다도 읽은 소설이나 희곡 얘기를 할 때면 역시 대화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잘 통했고, 함께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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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갇히고 쓸모에 묶이면 내 선언은 어떻게 되는 걸까.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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