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그런 주호가 마음에 들었다. 모임 안에서 체호프를 좋아하는 유일한 사람이어서 마음이 가는 것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에 과연 그런가 싶은 뚱한 표정으로 한 번씩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은 특별해 보였으니까. 주호는 배열이 조금 다른 회로를 장착하고 있는 듯 자신에게 다가오는 건 그게 사람이든 생각이든 감정이든 일단 멈추게 한 다음 판단을 보류했고, 나는 무릇 예술가란 이래야 하는 게 아닐까, 뭐든 그런가보다 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렇게 의심하고 분별해봐야 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물론 그즈음 주호가 학교 사람들과 선보인 몇몇 무대는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내게는 그런 어설프고 난삽한 무대를 감행하는 주호의 객기마저 남달라 보여 우리는 차차 따로 만나 연극을 보거나 서점에 가거나 밥을 먹으며 가까워졌다. 무엇보다도 읽은 소설이나 희곡 얘기를 할 때면 역시 대화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잘 통했고, 함께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