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한국사 -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역사 공부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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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국사'... 문득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에게 한국사, '국사'교과는 언제나 학창시절에 열심히 암기하고 시험보며 공부하면 되는 과목으로 기억한다. 또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걸 잘 외우면 되는 과목이어서 그저 암기력의 대결이다 싶었던 과목이었다. 특히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칠판 상단에 가로줄을 좌악 긋고 연도를 써가며 재미난 역사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나름 참 매력을 많이 느낀 과목이었고, 특히 사극 '명성황후'를 보면서 한때는 역사교사를 꿈꿔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이 책을 읽으며 돌이켜보니 나에게 남은 건 한국사에 대한 엄청난 암기테스트의 경험과 어떻게 하면 사람 이름과 업적을 외울지, 장소나 조약을 기억해낼 건지 고민만 하던 내 모습이었다. 많은 역사선생님을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분은 단 한 분이셨고, 역사적 사실들이 지금에 와서는 단편적으로만 몇개 생각날 뿐 흐릿해지곤 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관심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당면한 삶에 바빠서 말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러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역사적인 부분은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다 보면 심각한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저 한 번 스쳐 지나간 보도자료인데 그것이 뇌리에 박혀서 마치 언론에 담긴 내용이 참이고, 내가 기존에 알던 역사적 지식은 거짓인가? 하는 문제다. 심용환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잘 짚어준다. 평소 누구한테 말을 꺼내기도 좀 애매모호했던 역사 이슈도 평행 저울의 중심에 앉아서 양쪽을 같은 무게로 잘 조절해주는 어투가' 참 편안해진다.

'그동안 내가 알던 것이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유독 역사라서 영화나 드라마화 될 때 역사왜곡이니 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곤 하는 모습들도 있는데, 그런 분위기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관련 작품들을 바라보고 생각해야 할지 찬찬히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다. 작가는 역사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영화를 사실이 차원이 아니라 영감의 차원으로 이해하고, 또한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관람객의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수적이라는 거죠.(109p.)

 

"왜곡이란 단어를 사용하려면 의도성이 있어야 하고 의도한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 콘텐츠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구성되기보다는 흥미를 위해 이야기를 고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왜곡이라기보다는 오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110p.)"

 

작가의 말처럼 관람객의 분명한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된다면 소모적인 사실논쟁에서 벗어나서 의미논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렇다면 작가가 제시한 사실논쟁과 의미논쟁의 예시를 살펴볼까요?

 

사실논쟁 : 드라마 <허준>의 주인공 허준이 시신을 해부하고 위암환자를 고치는 장면

동양 의학에서는 시신을 해부하지 않고, 위암은 지금도 한의학으로 고칠 수 없으므로 사실이 아님

 

의미논쟁 : 영화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가 밀려올 때의 상황 - 최명길과 김상헌이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두고 격돌하는 주화론 vs. 주전론

감독은 주화파와 주전파 중 어느 한쪽이 옳다고 보여주지 않고, 양쪽의 진정성을 균형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함. 과연 정답은 꼭 균형 잡혀 있어야 할까? 라는 의미논쟁 시작 가능!

 

이렇게 작가는 우리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나 의미 등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몇년 전 논란이 되었던 '건국절'에 대해서도 말이죠. 뉴스나 언론의 댓글만 보고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자세인가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자기 주도적으로 역사를 공부해보고 싶은 동기를 유발하는 책'이자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역사지식이 아닌 편견을 깨고 관점을 달리해서 역사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곡이란 단어를 사용하려면 의도성이 있어야 하고 의도한 결과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 콘텐츠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구성되기보다는 흥미를 위해 이야기를 고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왜곡이라기보다는 오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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