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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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이자 청소년 소설작가로 유명하신 이금이 작가의 여행에세이다. 특히 40년지기 절친과 단둘이서 한 달 동안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는 소중한 베프를 떠올리며 그 여행에 동반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다.

 

쉰여덟 살 봄, 첫 문장을 쓰듯 우리는 떠났다.’_프롤로그(16p.)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문장이 작품의 '첫 문장'같은 매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답게 첫 문장을 쓰듯 여행을 떠난 그 마음에서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독자의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밀라노에서 시작하여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시에나, 로마, 알베로벨로, 마테라, 나폴리, 포지타노, 폼페이, 팔레르모, 카타니아, 타오르미나, 라구사, 시라쿠사, 스펠로, 아시시 그리고 다시 밀라노로 이어지는 여정은 유럽 여행의 문외한인 사람에겐 그저 모두 생소한 이름과 새로운 세계일 수 있지만, 읽어나가며 상상하고, 작가의 이야기에 눈과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느 덧 낯선 친숙함이 비집고 들어온다.

 

'어딜 가든 눈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이 넘쳐났다.'(47p.)는 구절은 마치 우리 눈 앞에 우뚝 솟은 유명한 피렌체의 건축물과 예술작품들을 상상하며 가상현실을 만들듯 그려나가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맛보게 한다.

 

책이나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을 직접 보고 느낌을 서술해주는 작가의 입담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어느 새 작가 옆에 서서 같은 곳을 보는 기분도 느낄 수 있어서 읽을 맛이 나는 작품이다.

 

여행 중 여러 상념들이 끼어들었고 그 중 마지막까지 남은 단어는 두려움이었다.(30p.)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우리 각자에게 여행은 어떤 단어와 연결될까? '설레임', '도전', '자유', '행복'... 긍정적인 단어들로만 채우고 싶어했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크다는 걸 깨닫게 한다. 작가도 언어나 지리 게다가 나이라는 요소가 두려움으로 더 긴박하게 연결시켰을지 모르지만, 그런 두려움을 그저 무서움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는 점이 참 멋지다.

 

'두려움을 이기는 힘은 옆 사람과 맞닿은 어깨에서, 그와 함께 나눠는 온기에서 나오는 거니까.'(35-36pp.) 라는 말에서 더욱 그렇다. 혼자가 아닌 오랜 벗과 함께하는 여행이었기에 두려움은 '용기''우정'이란 갑옷을 입고 당당히 설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렇듯 작가는 여행 중 길을 잃고 당황했던 그 시간의 두려움마저도 잔잔하고 따스하게 표현했다.

 

, 여행지와 얽힌 에피소드들도 간간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베네치아 공화국의 건물들의 색깔이 아주 알록달록한 이유는 바로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들이 짙은 해무 때문에 자기 집을 찾기 어렵 자 알아보기 좋으라고 각기 다른 색을 칠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32p.) 그저 알록달록 이쁜 건물들 사진만 보고 연유를 생각해보지 않았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을 찾아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노력도 하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같은 질문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친한 친구와의 여행하며 갈등한 경험과 극복과정이 어떤지.. 그리고 여행 이후 두 분의 관계가 어떠한지 말이다. 책에서도 친구 진과의 갈등이 언급된다. 24시간 같이 생활하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점도 보이고, 때론 오해도 할 가능성이 생기게 마련인데, 작가 역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해서 혹은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겪는 심적인 갈등을 극복한 사연을 담아두었다. ~ 이 부분에서는 정말 살짝 긴장했다. 40년 지기 우정에 금이 가면 안되는데.. 조바심도 생겨서 더 빨리 읽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 마침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작가와의 온라인 만남에 참관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친구와의 여행에서 참고하면 좋을 만한 팁을 얻었다.

 

1. 서로를 너무 배려하다보면, 오히려 서로가 힘들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2. 때론 친구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3. 매일 저녁 10분 정도는 당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마주하는 건 어떨까?

 

우리가 작가님 덕에 오랜 벗을 떠올리고, 또 여행을 꿈꾸며 꼭 기억해야 할 조언이 아닐까?

 

갔던 곳을 또 여행하노라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30p.)

 

역시나 작가로서의 매력도 곳곳에 숨겨둔 걸 발견할 수 있는 구절이다. 여행을 독서에 비유하는 이 표현이 책을 좋아하고 작가를 예찬하는 사람들에겐 잔잔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마음에 자리잡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의 여행이 반복해서 읽으며 보석을 찾는 새로운 여행이 되었으리란 생각에 괜히 뿌듯해진다.

 

여행은 여정 자체가 목적이기에 어떤 경험이든 그 자체가 여행의 일부라던 말이 떠오른다. 작가의 여정 자체가 담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들이 모여 여행 에세이가 완성되었듯, 이제는 무거운 가방과 언어 장벽 그리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려들었던 마음도 독자들과 공유하며 그마저도 '여행'의 일부가 되었으리라!

 

여행가들의 귀국 가방은 언제나 '선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작가 역시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채우며 자신의 짐을 비워나가는 모습이 훈훈했다. 그리고, 가족도 지인도 아닌 우리 독자들을 위한 선물로 <페르마타, 이탈리아>라는 책을 준비해준 작가에게 닿을 수 없는 편지같은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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