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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반양장) -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9
이희영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부모 #좋은관계 #자녀 #성장소설 #청소년
따끈따끈한 신간 성장소설이 눈에 띈다.
완득이나 아몬드와 같은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란 평이 시선을 끌었다. 국가에서 양육되는 아이, 부모를 면접해서 선택할 권리! 한번 쯤 사춘기를 겪거나 부모를 인간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쯤엔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소설로 이러한 시도를 담은 이 작품은 처음이다.
"부모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이를 잘 낳지도, 낳아도 키우지 않으려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가가 직접 NC센터를 통해 국가의 아이로 키워가는 시대를 그린다. 종전 선포 이후 국방비를 감축하고 투입한 곳이 NC센터고, 3그룹으로 나이군을 나눠서 각 시기에 맞는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 책은 NC센터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 센터에 모인 13세부터 18세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덕체의 균형을 맞추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예비 양부모인 prefoster parents들을 단계별 면접을 통해 새로운 가족으로 만나거나 독립해서 사회에 나가곤 한다.
그러나 NC출신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냉대는 또다른 차별을 양산하고 있어서 센터의 가디(가디언, NC센터의 보호자이자 통솔자)들은 최대한 각 아이들에게 잘 맞는 좋은 부모를 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17세 제누301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중하고 어른스러운 아이다. 부모가 되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양부모'로서의 국가혜택에 눈이 멀어있거나 소유물로서의 자녀관을 가진 채 부모면접에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서 신물을 느끼던 아이이기도 하다.
"부모면접 점수는 얼마나 줄거니?"
"15점이요."
두번째 면접을 경험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날 소탈하고 오히려 완벽하거나 준비되지않은 듯한 예술가 부부를 만난 제누는 가디들도 놀라게 하며 그들과 3차 면접까지 진행한다.
"글쎄요, 음! 솔직히 말해서 아이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p.49)
지금까지 만난 프리포스터들과는 다르게 수수한 옷차림과 자연스러운 말투, 그들은 어떻게 제누의 마음을 끌었을까?
가디들은 제누와 면접하게 된 예술가부부의 모습에 당황하며 준비되지 않은 프리포스터들이라며 면접을 중단시키려 한다. 그러나 제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44쪽
새로운 부모가 누구일지 점검하고 관찰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 알아가려는 제누의 모습은 분명 아이임에도 부모인 어른보다 생각이 깊은 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부모에게 어떤 자녀일까,
우리 부모는 우리에게 어떤 분들일까!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에 각자 집중해보며 상대를 바라볼때, 가정이나 사회가 갖는 어려움이나 고민거리를 해소할 방도가 보일것이란 희망에 눈 뜨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
- 때론 부모이기에 아닌 건 아니다,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다.(92p.)
-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 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111p.)
-원칙과 규율을 칼같이 지키는 것보다 힘든 것은 원칙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허락하는 일이다.(113p.)
-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 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160p.)
※참조
○ NC센터
- First center : 아기&미취학 아동
-Second center : 초등학생
- Last center : 13~19세 청소년
○ 가디
- 가디언을 줄여서 부르는 말
- 아이들을 통솔하고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
- 성씨로만 알려져있음(박, 최...)
○ 페인트
- 일종의 은어
- parent's interview 부모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