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장 고양이 짜루 - 겁 많고 소심한 길냥이 짜루의 묘생역전 사계절
고돌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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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SNS 만화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져 본 적은 없다.

대부분 별 내용 없는 일상툰이나 공감툰이 대부분이었고, 귀여운 캐릭터로 이루어진 세계 정도로 인식됐다.

SNS 특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스낵 컬쳐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이러한 스낵 컬쳐의 문제점은 작가에게 침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웹소설을 비롯하여 대다수의 SNS 작품들은 짧은 시간의 '소비'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작가가 말이 많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나 내용의 의미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것은 소비에 방해되는 요소일 뿐이다.

그래서 스낵 컬쳐란 기본적으로 작가주의와 대척점에 있다. 아니 소비자 자체가 그러한 요소를 배척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SNS의 특성에 대해 분명한 타협지점을 만들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마지막 끈을 끝끝내 놓치 않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단순히 이 만화에서 공감이나 일상같은 평범함을 넘어서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버려진 고양이와 자존감이 바닥인 주인공, 그리고 그 가족이 만든 하나의 드라마는 동물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공감을 넘어선 의의를 찾게 되고, 그것이 이 책 속에 작가가 숨겨 놓은 하나의 보석처럼 다가올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SNS 만화가 아니다.

이는 성인을 위한 만화다. 아니다.

이는 관계 속에 지쳐간 우리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에세이다.


에세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공감하고 힐링하고 일상적인 것을 늘어놓는 것인가?

아니다. 요즘은 그러한 책들이 대다수일지 몰라도, 적어도 원초적 의미에서 에세이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독자에게 조용히 건네는 메시지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 속에서 부유하고 있다. 귀여움과 말랑말랑함은 곁들여진 디저트와 같다.

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겉모습을 파헤치고 나서야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그 동안의 편견을 깨고 이 책에서 SNS 만화로 대표되는 스낵 컬쳐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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