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 중독 사회 - 분노는 어떻게 정의감을 내세운 마녀사냥이 되었나?
안도 슌스케 지음, 송지현 옮김 / 또다른우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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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면 완벽하다

정말이지 이 시대를 대변해주는 하나의 단어와 같다.

서로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싸우고, 설령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자기반성과 성찰이 부재하는 시대. 모든 것이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

이런 시대에 '정의감'이란 어떻게 변질되었는가를 잘 보여줄 것만 같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단 하나

과연 이 시대의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한 심오한 분석을 이 얇은 160쪽에 다 담아낼 수 있는가에 있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우선 이런 서적들의 신뢰성은 이 저자가 얼마나 오랜시간 깊이 연구해왔는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바로 참고문헌과 다양한 주석들이다.

때문에 훌륭한 연구서들 중에는 본문만큼이나 참고문헌과 주석들이 두꺼운 경우가 많다.

(500~600페이지의 책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대부분 이런 책들은 100~200페이지를 참고문헌과 주석에 할애한다.)


물론 두꺼운 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책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주는 증거들이 많다는 의미일 뿐이다.

짧은 책에도 저자의 엄청난 철학과 통찰력이 존재한다면, 독자는 저자의 메시지에 압도되거나 휘감기듯 감명받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해리 G.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는 정말 짧은 소책자이지만, 저자가 주는 통찰력이 놀라운 수준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해당 분야 관련 서적에 정말 여기저기서 언급될 정도로 많이 인용되고 참고되는 책이 되었다. 


그러나 《정의감 중독 사회》는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시대상에 대한 포커스는 잘 맞췄으나 그에 대한 분석은 정말 평이한 수준이며, 거의 일반적인 심리학 서적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로 갖추어져 있다.

일본 학자 특유의 장점인 '분류'의 성격은 뚜렷히 드러나서 읽기 편한감이 있지만, 아쉽게도 상세한 분류에 따르는 근거와 내용은 1~2페이지로 끝날 정도로 빈약하다.


무엇보다 '자가진단 테스트'는 이 책의 성격이 사회분석과 거리가 멀고, 개인심리학에 치중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테스트에 안그래도 짧은 책의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도저도 아닌 꽤나 무의미하다는 인상을 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훌륭한 제목에 비해 너무나 내용이 아쉽다.

너무 쉽고 뻔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입문자가 읽기에는 좋지만, 어느 정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과거에 읽었던 이런 저런 책들이 스쳐지나갈 정도로 내용이 얇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솔직히 말해, 관련 분야 서적의 한 단락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한 권으로 엮을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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