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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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문제는 그 모든 이가 자세한 지식이나 정보에 대한 숙고도 없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떠든다는 것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소통수단이 다양해진 시대에 우리는 가장 극단적인 의견대립과 소통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모두는 나르시즘에 빠져있다. 인터넷에서 읽은 출처불명의 짧은 토막글들이, 이제는 단순히 직업훈련학교 기능 그 이상을 하지 않는 대학교 학위가,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동질의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 확고한 신념을 강화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나르시즘은 무지에 대한 찬양. 즉 자신의 무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전문가나 엘리트에 양가적 감정을 지닌다. 실제로 우리는 필요할 때 쉽게 권위에 의존하면서도, 내 확고한 의견에 반대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를 세상을 위협하고 그들만의 사회를 사는 귀족같은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리고는 이런 고루한 전문가의 복잡한 설명에 넌더리치며, 사실상 보다 더 귀족같은 삶을 사는 인터넷 속 인플루언서들의 단순명료한(하지만 연구나 숙고, 출처는 불분명한) 주장에 대해 쾌감과 공감을 느끼곤 한다.

물론 그렇다고 전문가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전문가도 실패한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전문가가 일반인보다 적어도 그 분야에서 더 정확하다는 것은 그들은 직업적 측면에서라도 꾸준히 검증하고, 반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일반인에게서 볼 수 없는 덕목이다.

그러나 사회가 분업화 되어 있듯, 전문가의 영역도 분업화 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흔히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역 밖의 일에 대해 잘 아는척 간섭하는 월권행위를 저지르면서 일반인들을 선동하거나 호도하기도 한다.
심지어 전문가조차 아닌 사람들도 자신의 발언권을 얻기 위해 커리어를 쌓고 그 권위를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위근우 같은 인물을 보라. 그는 전문적인 사회학 학위도 없고 심지어 그 근본은 그저 디지털 관련 신문의 기자 출신으로 글을 써온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글들로 유명세를 얻자 지금은 마치 정체성 정치를 대변하는 사회학자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실 그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여러 부분에서 우리가 가진 무지에 대한 찬양과 알량한 학위와 인터넷 정보에서 오는 나르시즘에 대해 잘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인 나 역시 일반인이기에 그 주장에 납득하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을 후벼파며,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엘리트주의적인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생각이 일곤 한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의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저자는 전문가도 실수하고 실패하며 월권행위를 일삼는 다는 문제를 잘 짚고 있다.
그래도 전문가의 의견은 적어도 사회의 대해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거나 무엇보다 공론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조정하는 틀을 구축할 수 있다.

반지성주의 시대에 우리는 엘리트에 대해 불신하지며 경계하지만, 지금 권위주의와 극단주의,혐오주의가 절정에 다하는 상황을 본다면 실질적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전문가라기 보다는 무지와 사랑에 빠진 대중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전문가는 예언자가 아니란 것이다. 전문가는 어떤 문제에 있어 최종 결정권한을 내리지 않는다. 그들은 조정하며 조언할 뿐이지 미래가 이렇게 될 거라 확답하는 예언자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가에 모아니면 도식의 답은 내놓는 예언자 역할을 강요한다. 그리고는 그들을 쉽게 엉터리 취급한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추이나 시장상황의 분석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그저 "내 주시이 오를까요? 내릴까요?"의 답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정말 읽는 이로 하여금 양가적 감정, 공감과 함께 불쾌함도 주긴 하지만. 그것이 내 안에 자리잡은 반지성주의임은 분명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극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읽어볼 책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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