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이라는 이유 - 혐오와 차별의 정치학
정회옥 지음 / 후마니타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반부 인종주의의 역사에 관한 부분은 솔직히 말하자면, 나인호 교수가 쓴 《증오하는 인간의 탄생》이란 책이 더 세세하게 잘 파고든 측면이 많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인종주의의 역사 부분은 해당 저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물론, 인종주의 역사에 관한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 책의 초반부도 꽤나 흥미로울 수 있으나, 관련 서적을 조금이라도 섭렵한 사람이라면 초반부는 알고 있는 내용을 더 간단하게 답습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있다.
즉, 아시아인이 왜 비슷한 인종차별을 겪는 흑인, 히스패닉 계열에게 조차 희생양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
특히 요즘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인 폭력에 대해 점점 더 흑-백 갈등이 아닌 황-흑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짚었다는 점이다.

이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모범 소수민족론'에 관한 주제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산업 권력 전체의 배분 문제에 있어 자본가라는 명확한 중심 권력층이 있음에도, 기득권 세력이 노동의 이중구조화를 이용해 갈등의 중심부를 정규직 - 비정규직 간의 싸움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백인 사회는 아시아인을 순종적인 '모범 소수민족'으로, 흑인을 게으르고 반항적인 '비모범 소수민족'으로 구분한다. 이 과정에서 흑인은 미국 문화에 더 동화된 토박이임에도, 나중에 유입된 아시아인이 본인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갖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문제는 아시아인 입장에서도 정작 백인과 동등한 지위를 차지할 수 없는 단순 2등 시민에 불과한데, 백인 사회는 이 부분을 이용해 인종 갈등을 미묘하게 흑인과 황인의 싸움으로 번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내용을 후반부에 꽤나 재밌게 풀어놓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이슈 때문에 국내에서도 백인보다 흑인을 향한 분노, 인권운동의 모순점에 대한 폭로가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미국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 갈등의 잘못된 초점과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을 만한 서적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