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중봉기 - 민중을 주인공으로 다시 쓴 남한의 사회운동사 1894 농민전쟁 ~ 2008 촛불시위 아시아의 알려지지 않은 민중봉기 1
조지 카치아피카스 지음, 원영수 옮김 / 오월의봄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우선 저자는 미국인이지만 상당한 반미 제국주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점은 견지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불편한 부분이 나타나는데, 특히 신냉전체제가 다가온 현 시점에서 여전히 공산주의 이상향에 대한 저자의 지나친 집착은 시대에 많이 뒤쳐졌다는 느낌을 배제하기 힘들다.

저자의 태도는 확실히 레이몽 아롱이 주장했던 학자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유토피아에 대한 집착, 즉 지식인의 아편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확연히 보여준다.

이런 점은 특히, 책 초반부에 등장하는 북한을 위한 변명, 북한에 대한 환상향적 면모에서 저자가 여전히 유토피아적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편한 모습으로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성향을 배제하고 본다면, 이 책은 상당히 잘 쓴 민중사적 성격을 보인다.

특히, 국내 저자조차 이렇게 체계적으로 한국의 민중 봉기사를 정리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 미국의 석학이 한국의 민중봉기사를 이렇게 자세히 풀어썼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심지어 한국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상당히 깊이 파고들었는데, 《오월의 사회과학》을 비롯하여, 국내 저작과 논문을 깊이 연구하고 그것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외국인 관점이 보여주는 어떤 한계점을 분명히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브루스 커밍스조차, 외국인 학자의 한계성을 넘지 못하고 다소간 자국의 이익에 대한 관점에서 한국 역사를 서술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이 책은 모든 면에서 한국의 민족지학적 특성과 감정을 고려하여 접근한다는 점이 놀랍다.

나아가 한국의 반미주의의 탄생, NL과 PD노선의 형성, 한국 계급투쟁의 심리 등의 매우 미시적인 부분의 감정선까지 파고드는 것은 저자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의 그 밀도가 매우 높음을 증명한다.

저자의 극좌적 성향을 배제한다 치더라도, 한국 민중사, 운동사에 관하여 이 정도로 체계적으로 풀어쓴 책은 보기 드물며, 연구 사료적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서술문장도 매끄러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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