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지카 Ecologica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정혜용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수 있다. 교과서에 단 한 줄도 나와있지 않는 말이지만 그동안 배웠던 것은 이 말 뿐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88세대의 아픔을 극복하여 정규직으로 취업했다고 하면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연봉은 얼마나 되는가 물어본다. 잘 만든 물건이 아니라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가 명품의 척도가 된다. 삶의 척도가 돈이 되는 것,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앙드레 고르는 이 자본주의에 물음을 던진다. 

   경제성장 목표 몇 퍼센트, 마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만 해준다면 삶의 질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 말하는 요즘이다. 국민소득 1만, 2만 달러를 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총량을 늘리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저자는 자본주의는 병들어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치적 생태주의를 주장한다. 

   마을의 우물을 다 같이 나누어 마셨을 경우, 공동체의 삶의 질에는 기여하지만 우물 사용료 등으로부터의 소득이 존재하지 않기에 국내총생산의 측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 우물을 소유하여 사용료를 받게 된다면 이는 소득의 발생으로 간주되어 국내총생산은 늘어난다. 저자는 GDP의 증가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러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노동에 의해 무언가가 생산되는 것이 아닌 중간 수수료로 발생하는 소득과 같은 생산 없는 소득의 증가를 염려한다. 과도한 중간과정을 거치는 것이 소득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일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재화의 올바른 공급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소비를 기초로 하기에 재생의 경제가 아니다. 소비를 권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생산이 늘어나게 된다. 우리는 새로운 휴대폰이 나오면 충분히 잘 사용 중인 휴대폰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런 소비 문화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영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부인하고 공산주의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기존의 이념에서 벗어나 ‘생산적 탈성장주의’를 주장한다. 낭비를 부추겨 소모전의 양상을 띠는 자본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생산에 초점을 두며 성장 지향의 사고를 바꾸고자 한다.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우리가 배워왔던 그것과 다르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가져올 풍요를 믿으며 실제로 과거에 비해 엄청난 경제성장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사회가 뭔가 문제가 있지 않는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접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스물아홉의 日記
김한길 지음 / 해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의 일기를 본 적이 있을까? 일기는 모름지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다른 이들의 평가는 철저히 배제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기를 들춰보기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일 테다. 그런 일기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글들이 누구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책으로 내기 위해서 다듬었겠지만 일기라는 본연의 특징 때문에 김한길의 에세이를 가식 없이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떠나버린 한길이와 미나. 그들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넉넉하지 않았기에 밤낮없이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공부하고 슬퍼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지는 않다. 미국일기는 꿈이 아니라 현실의 생활을 담고 있다. 

   1980년대 초.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았을 그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 간다면 그 것은 축복이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은 20대의 부부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하지만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햄버거 가게의 잡일을 하는 쿡헬퍼, 총기사건이 발생하곤 하는 동네의 주유소 계산원으로 살아간다. 

   삶에 대한 좌절과 고통이 일기를 가득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는 이러한 외적인 삶보다는 그 것에 대한 내적인 성찰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누군가 던져놓은 가게 지붕 위의 똥을 치우고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거기서 뭐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니 ‘이건 나의 바이올린이야’라고 말하며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휘파람으로 연주한다. 

   김한길과 그의 부인 미나는 마지막에는 미국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뒤돌아보면 치열한 경쟁과 성공에 집착하여 두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너무 미루어두어 결국엔 놓치지 않았나 후회한다. 

   마지막 문장은 지독히 슬픈 소설을 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갖고 있는 책갈피 중에 '새벽 서점'이라고 적힌 것이 있다. 학교 근처 10평 남짓한 작은 책방에서 받은 것이다. '새벽' 서점에서 책을 사면 언제나 한지로 정성스럽게 책가위를 만들어 주었다. 안경을 쓴 주인장은 분명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리라. 아직도 책장에 놓여있는 책가위로 덧씌워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보면 그 서점이 생각난다. 

   그 서점은 급변하는 세월의 흐름을 버티지 못하고 대학을 다니는 중에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대학이란 공간에 제대로 된 서점 하나’없냐 라고 종종 불평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형서점은 늘어났고 인터넷서점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동네서점에서 2,3시간을 책만 바라보던, 언제 떠올려도 흐뭇한 추억을 다시는 못 느낄 것 같았다. 

   책을 둘러싼 세계는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자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등장한 전자책이지만 기술진보로 휴대성 대록 개선되면서 실용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의 등장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두려워했다. 높은 전파성을 지닌 전자매체의 특성상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를 먼저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니 '전자책의 충격'라는 제목의 책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다. mp3라는 전자 + 음악 이 우리가 음악을 접하고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CD, 테이프와 같은 앨범의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던 시대에서 개별곡의 다운로드와 휴대폰 벨소리와 같은 저작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불법적인 유통으로 인해 저작권의 피해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이 책은 전자책을 둘러싼 현상을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한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미국의 전자책 '킨들'의 성공이 과거의 전자책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설명하며 '아이패드'의 등장이 향후 전자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한다. 또한 출판사가 우려하는 점이 무엇이며, 출판업계가 잘 못 집고 있는 핵심을 지적하며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와 독자에게 미칠 영향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자책에 대해 너무 몰라서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책을 읽으면 책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며, 또한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될 점도 느끼게 된다. 

   좋은 책은 잘 팔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 알게 될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게도 전자책의 등장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평등한 상태로 자신을 내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전자책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여전히 전자책의 파급효과는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전자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잘 읽힌다는 장점도 가진다. 최근에 읽었던 그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책없이 해피엔딩'의 독자와의 만남에서 처음 본 작가 김중혁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의 한 사람으로 주목 받고 있는 프로소설가 김연수와 함께 책에 대해 잡담을 하는(?) 자리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연수의 유명세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했음을 본인 역시 알고 있었지만 김중혁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김연수의 사인조차 가능하다면서 친구인 김연수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자신 쪽으로 회유하려고 농담마저 던졌다. 다음 주에 나온다던, 몇 번이나 강조하여 마지막에는 모두다 같이 " 책의 제목은 좀비들"이라고 외치게 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김중혁에게 매료된 만큼 그의 책도 기대되었다. 

   안테나 신호를 체크하는 일을 하는 채지훈은 어느 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고리오 마을에 들어선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채지훈은 신호 없음을 상부에 보고하지만 그곳은 무신호지역으로 분류된 특이지역이기 때문에 신경 끄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한편 그는 죽은 형의 유품으로 LP판을 받게 되고 그 중 '스톤플라워'라는 그룹의 노래에 이끌린다. 그 그룹의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채지훈은 뚱보130이라는 박식한 도서관 직원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스톤플라워에 관한 책을 번역한 사람이 고리오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간다. 스톤플라워의 광편이자 책의 번역자인 홍혜정을 만난 채지훈과 뚱보130은 이내 그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로한 홍혜정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홍혜정의 장례를 치르고 상심해있던 그들 앞에 존재조차 듣지 못했던 홍혜정의 딸인 홍이안이 등장한다. 홍혜정에 대해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채지훈과 뚱보130에게 이안은 그녀는 나쁜 엄마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채지훈과 홍이안, 뚱보130 앞에 좀비가 나타난다. 

   이 것은 좀비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다. 

   확실히 이 책은 좀비의 이야기가 아니다. 좀비를 매개로 한 잊혀진 자들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소설이라면 좀비들은 활개를 치고 무자비한 공격을 일삼아야 되겠지만 이 소설에서 보호 받고 해방되어야 될 존재는 오히려 좀비이다. 심지어 좀비가 된 이들은, 그들의 생전의 기억에 동조되어 사람들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등장인물인 채지훈, 홍이안, 똥보130 등의 하나 둘씩 문제 있고 캐릭터들은 좀비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통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중혁 작가는 최근 죽음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서 그 생각이 표출되었다. 

   죽은 것들은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동시에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된다. 우리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는 건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기억이 되리라는 안타까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이었던지 내게서 멀어져 간 것들은 아쉬움이 된다. 김중혁의 책에서 좀비는 그리운 과거가 되며, 그들을 통해 과거는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과거의 오해와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자신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콜로지카 Ecologica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정혜용 옮김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자본주에 대해 한번이라도 의심을 가졌던 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